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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이야기

고독와 디지털이 키운 '외로운 경제'

by fineU 2025. 4. 23.

‘외로움 경제’란 무엇인가?

현대 사회에서 고독감은 더 이상 개인의 감정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1인 가구 증가, 연애·결혼 포기, 초고령화 등 사회 구조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맞물리면서 외로움은 사회적 현상, 나아가 경제적 동인으로 부상했습니다. ‘외로움 경제(Loneliness Economy)’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소비와 서비스, 그리고 이로 인해 창출되는 새로운 시장을 의미합니다. 이제 외로움은 단순히 극복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수많은 비즈니스와 서비스의 출발점이자 성장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고독와 디지털이 키운 '외로운 경제'

디지털 시대, 외로움은 왜 더 커졌을까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초연결성을 제공하지만, 역설적으로 외로움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SNS, 메신저 등으로 수백, 수천 명과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진정한 정서적 만족과 친밀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디지털 소통의 한계(맥락과 사회적 단서의 부족)와 끊임없는 비교는 FOMO(포모) 증후군, 즉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키웁니다. 특히 디지털 격차는 세대 간, 계층 간 새로운 단절을 초래하며, 젊은 세대일수록 디지털 기술에 더 깊이 노출되어 외로움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로움 경제의 주요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

외로움 경제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서비스와 제품이 있습니다.

  • 친구·연인 대행 플랫폼: 미국의 ‘렌트어프랜드(RentAFriend)’, 국내의 애인 대행 서비스 등은 돈을 내고 친구나 연인을 만나 다양한 활동을 함께할 수 있게 합니다.
  • AI 반려 로봇·챗봇: 경상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장년 고독사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 반려로봇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로봇은 대화가 가능해 정서적 위안을 제공합니다.
  • 감촉 인형, 반려동물, 반려식물: 감정적 교감을 위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반려동물·반려식물 시장도 외로움 경제의 수혜 업종으로 꼽힙니다.
  •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VR: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도 외로움을 달래는 주요 수단으로 부상했습니다.

이처럼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외로움 경제의 사회적·경제적 영향

외로움은 개인의 정신 건강뿐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외로움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연간 1,540억 달러(약 2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에서도 ‘2024 한국의 사회 지표’에 따르면 ‘외롭다’고 느끼는 국민 비율이 21.1%로 전년 대비 2.6% 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여가를 혼자 보낸다’는 응답도 54.9%로 늘었다. 외로움이 심화되면 고립·은둔 청년이 늘고, 출산율과 소비 활동이 위축되어 사회·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와 상품은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합니다. 외로움 경제는 감정적 필요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앞으로도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입니다.

외로움 경제의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현황

외로움 경제는 특정 국가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외로움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성인의 62%가 외로움을 느끼고, 스위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AI 반려 로봇, 친구 대여, 감촉 인형 등 외로움 해소를 위한 서비스가 활발합니다.

한국 역시 1인 가구의 급증(전체 가구의 약 30%)과 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외로움 경제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외로움 경제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외로움 경제의 한계와 미래 전망

외로움 경제는 분명 현대인의 정서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외로움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일시적 위안에 그칠 위험도 있습니다. 기술과 상품, 서비스가 인간관계의 본질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업적 목적에만 치우칠 경우, 외로움의 근본적 해결 대신 소비만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활용 능력)가 높을수록 온라인 사회관계망을 통한 외로움 해소 효과가 크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외로움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적·사회적 지원, 그리고 인간관계의 본질적 회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외로움 경제는 현대인의 고독감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에서 비롯된 새로운 경제 현상입니다. 앞으로도 1인 가구 증가, 디지털화, 고령화 등 사회 변화와 함께 외로움 경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인간관계의 본질과 정서적 건강을 지키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