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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촌 이야기

중국 초과근무제 '996', 중국 사회의 딜레마

by fineU 2025. 4. 23.

중국의 초과근무제 ‘996’이란?

중국의 ‘996 근무제’는 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의미합니다. 즉, 주당 72시간 이상 일하는 초장시간 노동 체계로, 주로 IT, 스타트업, 테크 기업 등에서 널리 퍼졌습니다. 이 근무제는 2010년대 초반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중국의 대표적 혁신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고속 성장’과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를 강조하며 확산됐습니다. 마윈(알리바바 창업자)은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 “996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복이다”라고 언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처럼 996 근무제는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피땀 문화’ ‘노동 착취’라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996 근무제는 중국 노동법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에서 암묵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996 근무제, 중국 사회의 딜레마

996 근무제의 이상: 고속 성장과 성과 중심 문화

996 근무제가 확산된 배경에는 중국 기업들의 ‘고속 성장’과 ‘시장 장악’이라는 목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단기간 내 압도적 성과 창출: 주 72시간의 강도 높은 근무를 통해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들이 빠른 시간 내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몰입과 헌신의 조직 문화: 장시간 근무를 통해 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내고, 성과 중심의 인재 선발 및 보상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실제로 화웨이 등에서는 ‘헌신 직원 계약’을 통해 자발적 초과근무와 유급 휴가 포기를 장려하기도 했습니다.
  • 유니콘 기업의 탄생: 2010년대 중국에서는 매주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할 정도로 창업 생태계가 급성장했습니다. 2018년 한 해 동안만 97개의 유니콘 기업이 나왔고, 이는 세계 유니콘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 경쟁력 강화: 마윈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경쟁하려면 996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혁신과 경쟁력 확보의 수단으로 장시간 근무를 정당화했습니다.

996 근무제의 현실: 건강 문제와 사회적 반발

하지만 996 근무제의 현실은 이상과는 큰 괴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지적됩니다.

  • 건강 악화 및 과로사: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 번아웃, 심지어 과로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996.ICU’(996을 하면 중환자실에 간다)라는 반(反) 996 운동이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습니다. 이들은 초과근무 실태를 고발하고,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 워크 라이프 밸런스 붕괴: 직원들의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고, 가족 및 개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법적 문제와 불법성: 중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4시간, 초과근무는 한 달 36시간 이내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996 근무제는 명백한 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법 규제가 느슨하게 적용되어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 직원 만족도 하락 및 생산성 저하: 장기적으로는 직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떨어지고,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사회적 반발과 젊은 세대의 저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996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깃허브, 위챗, 웨이보 등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와 법원의 대응

중국 정부와 법원 역시 996 근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 정부의 경고: 2021년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노동사회보장부는 “996 근무제는 사실상 불법”이라고 공식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초과근무 강요와 관련된 여러 판결에서 모두 고용주가 패소했고, 정부는 기업들에게 엄중히 경고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에게도 “법률에 따라 권리를 지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 법적 판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초과근무를 강요한 기업들이 법원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자 권익 보호와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 정책 변화 시도: 젊은 노동력의 확보와 사회적 안정, 건강 문제 대응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996 근무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기업의 변화

996 근무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 기업가와 경영진의 시각: 마윈, 류창둥(징둥닷컴 창업자) 등 일부 경영진은 996 근무제를 ‘성공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편안한 8시간 근무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 직원과 사회의 반발: 반면, 직원들과 젊은 세대는 “996은 더 이상 희생할 수 없는 구시대적 유산”이라며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깃허브의 ‘996.ICU’ 프로젝트, SNS에서의 실태 고발, 블랙리스트 공개 등은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 기업 문화의 변화: 최근에는 일부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자유로운 출퇴근 등 ‘워라벨’을 중시하는 문화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성과 중심의 관리로 전환하면서도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996 근무제의 미래: 지속 가능성 및 대안 모색

중국의 996 근무제는 경제 성장의 상징이자, 동시에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장시간 노동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 악화, 인재 이탈,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근로 환경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 법적 규제 강화: 정부와 법원의 개입이 강화되면서, 초과근무에 대한 법적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전망입니다.
  • 대안적 근무 문화 확산: 효율적인 시간 관리,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 다양한 대안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직원의 건강과 워라밸을 중시하며, 성과와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 인식 변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 노동시장 전체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의 996 근무제는 한때 ‘성공 신화’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논쟁과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고속 성장과 혁신의 이면에는 건강 악화, 사회적 갈등, 법적 문제 등이 산적해 있습니다. 중국 정부와 사회, 기업 모두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지금, 996 근무제의 미래는 ‘성과’와 ‘삶의 질’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