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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촌 이야기

미국 부활절, 달걀 대신 감자와 마시멜로

by fineU 2025. 4. 22.

최근 미국 부활절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전통적으로 알록달록하게 꾸민 달걀(이스터 에그)이 주인공이던 부활절에, 올해는 감자와 마시멜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진풍경의 배경에는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이라는 신조어로 불리는 계란값 폭등이 있습니다. 

미국 부활절, 달걀 대신 감자와 마시멜로

미국 부활절의 전통: 달걀과 그 상징성

미국에서 부활절(이스터)은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입니다. 이 날의 상징은 단연 달걀입니다. 달걀은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의미하며, 껍질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는 예수의 부활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미국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삶은 달걀을 색칠하고, ‘이스터 에그 헌트’(Easter Egg Hunt)라는 놀이를 하며 부활절을 기념합니다.

이 외에도 부활절에는 햄, 양고기, 감자요리, 봄 채소 등 가족이 함께 나누는 특별한 음식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달걀 꾸미기와 달걀 찾기 놀이는 어린이와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는 미국 부활절의 핵심 문화입니다.

에그플레이션: 계란값 폭등이 가져온 변화

2022년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면서 약 1억 7,000만 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됐습니다. 이로 인해 계란 공급이 급감했고, 계란값은 2023년 8월 기준 전년 대비 28.1%나 올랐습니다. 이런 현상은 ‘에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로 불릴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계란값이 치솟자 미국인들은 부활절 달걀을 대체할 새로운 재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계란을 낳는 암탉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가정에서 닭을 키우는 인구도 크게 늘었습니다. 심지어 계란을 실은 트럭이 도난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감자와 마시멜로, 부활절의 새로운 주인공

계란값 폭등의 영향으로 미국 SNS에서는 감자와 마시멜로를 부활절 달걀 대신 꾸미는 영상과 사진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감자는 둥글고 달걀과 비슷한 모양에 저렴해, 어린이와 가족들이 크레파스나 펜으로 색칠하거나 스티커를 붙여 꾸미기에 적합합니다. 마시멜로 역시 하얗고 말랑한 질감 덕분에 다양한 색으로 염색하거나 병아리, 토끼 등 부활절 상징물로 변신시키기 쉽습니다.

실제로 한 유튜버가 올린 ‘부활절 감자 꾸미기’ 영상은 3일 만에 5,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틱톡 등에는 마시멜로로 만든 병아리, 감자에 그림을 그린 ‘가짜 부활절 달걀’ 영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SNS와 미디어가 만든 ‘가짜 부활절 달걀’ 열풍

이번 감자·마시멜로 꾸미기 열풍은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미국 부활절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AP, ABC 등 미국 주요 언론도 “감자나 심지어 돌멩이까지 색을 입히는 아이디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SNS에서는 ‘Eggless Easter’(계란 없는 부활절), ‘Potato Easter Eggs’(감자 부활절 달걀) 같은 해시태그가 유행하며, 가족 단위로 감자·마시멜로 꾸미기 인증샷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창의적으로 명절을 즐기려는 미국인들의 유연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미국 부활절 음식 문화의 변화와 지속

계란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활절의 식탁은 여전히 풍성합니다. 햄, 양고기, 감자요리, 봄 채소 등은 부활절 저녁 식사의 전통적인 메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햄은 부활절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파인애플이나 체리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삶은 달걀이나 데블드 에그(속을 파내어 양념한 달걀 요리)도 여전히 인기지만, 올해는 감자와 마시멜로가 그 자리를 일부 대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가정에서는 직접 닭을 키워 신선한 달걀을 얻으려는 시도도 늘고 있으며, 부활절을 맞아 지역 농장에서 달걀을 구입하는 가족도 많아졌습니다.

미국 부활절의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

미국 부활절의 변화는 단순히 재료의 변화가 아니라, 전통과 창의성이 결합된 새로운 문화의 탄생입니다. 계란값 폭등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미국인들은 감자와 마시멜로, 심지어 돌멩이까지 꾸미며 부활절의 의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창의적으로 명절을 즐기는 미국 사회의 유연성과 회복력을 보여줍니다.

향후 계란값이 안정된다면 다시 전통적인 달걀 꾸미기가 부활할 수 있겠지만, 올해의 감자·마시멜로 열풍은 미국 부활절 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앞으로도 미국 부활절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