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근거리 식료품점'으로 각광받으며 고성장을 이어온 대한민국 편의점 산업이 본격적인 저성장, 혹은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수 침체, 시장 포화, 비용 부담 증가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1. 편의점 산업 성장세 둔화의 현황
2025년 1분기, 대한민국 편의점 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0.4%의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3년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그동안 매 분기 5~10%대의 고성장을 이어온 것과 대조적입니다. GS25, CU 등 주요 업체들 역시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 나고, 영업이익은 30~35%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점포 수 역시 2024년 말 기준 5만 4,852개로, 전년 대비 68개 줄어들며 1988년 산업 태동 이래 최초로 연간 점포 수가 감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편의점 산업이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합니다.
2. 침체의 주요 원인: 내수 부진과 시장 포화
편의점 산업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장기화하는 내수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입니다. 2025년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5개월 연속 기준선(100)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비용 부담이 더해지며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는 시장 포화입니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본(인구 1억2,375만 명, 점포 5만 7,019개)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미 신규 출점이 기존 점포 매출을 잠식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점포 확장은 점주 간 출혈 경쟁을 심화시키고, 전체 산업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3. 점주 부담 가중과 산업 구조의 문제
편의점 산업의 또 다른 문제는 본사 중심의 수익 구조와 점주 부담의 가중입니다. 본사는 물류 효율성과 매출 유지를 위해 가맹점주들에게 강제 발주를 요구하는데, 이는 점주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불필요한 재고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임대료, 인건비, 전기세 등 기본 운영비용도 꾸준히 상승해 점주들의 실질 수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특히 동일 브랜드 점포가 근접한 거리에 과도하게 개설되면서 점주 간 매출 경쟁이 심화되고, 장시간 근무와 낮은 수익이라는 이중고를 안기고 있습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점포 간 거리 제한을 두어 불필요한 경쟁을 방지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미흡한 실정입니다.
4.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편의점의 대응
편의점 업계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초저가 상품 확대, 신개념 점포 도입, 프리미엄 PB(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 등 소비 촉진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무인화·스마트 스토어 도입, 무인 계산대, AI 기반 결제 시스템 등 자동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한 생필품 판매를 넘어, 무인 택배 서비스, 금융 서비스, 지역 특산품 판매 등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결합, 제로 웨이스트 매장 등 친환경·ESG 경영 트렌드도 확산되는 중입니다.
5. 편의점 산업의 미래와 생존 전략
전문가들은 편의점 산업이 단순한 양적 성장(점포 수 확대)에서 벗어나, 점포당 수익성 극대화와 내실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점포 효율화, 사업 재편, 프리미엄 상품 확대, 스마트 스토어 도입, ESG 경영 강화 등이 핵심 전략으로 꼽힙니다.
또한 일본처럼 점포 간 거리 제한 등 정책적 규제를 도입해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점주들의 운영 안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합니다. 무인화, 자동화, 친환경 서비스 등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합니다.
6. 편의점 산업,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편의점 산업은 이제 단순한 소매점이 아니라, '미니 마트'와 '생활 밀착형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내수 부진, 시장 포화, 비용 부담 등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사와 점주 간 상생 구조 확립, 내실 경영, 혁신적인 서비스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앞으로의 편의점 산업은 근거리 소비, 프리미엄화, 스마트화, 친환경 경영이라는 4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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