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닥칠 때마다 등장하는 상징적인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립스틱 효과’입니다. 그러나 2025년의 소비 풍경은 이 단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제시한 여섯 가지 새로운 불황 단서는 오늘날의 소비자와 산업 구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줍니다.

립스틱 효과의 역사와 변화
립스틱 효과는 대공황 시기에 고가 소비를 줄이되, 저렴한 화장품으로 ‘작은 사치’를 즐기던 여성들의 소비 패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불황일수록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이른바 ‘립스틱 지수’는 오랫동안 경기 침체의 심리적 지표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공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스킨케어·셀프케어 중심의 웰빙 소비가 확산되면서, 립스틱 대신 피부와 심리 회복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외적 표현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내면의 안정이 ‘작은 사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단서 1: 골판지 상자 생산 감소 – 산업 수요의 냉각
불황의 첫 번째 징후는 골판지 상자 생산량의 감소입니다. 2025년 2분기 골판지 상자 생산량은 전년보다 5% 줄었으며, 일부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였습니다.
버지니아공대 경제학자 자드리안 유튼은 “상품 주문이 줄면서 소매업체가 상자 발주를 축소하고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이는 제조업, 물류, 유통 등 산업 전반의 수축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단서 2: 간편식 매출 급증 – 절약형 소비의 정착
두 번째 지표는 간편식 매출의 급증입니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고소득층까지 할인 매장에서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햄버거 헬퍼와 같은 제품의 매출은 14.5% 증가하였습니다. ‘빠르게, 싸게, 효율적으로’ 소비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으며, 이는 불황기 특유의 절약 심리를 반영합니다.
단서 3: 대형 트럭 판매율 감소 – 산업 활동 위축
세 번째 단서는 대형 트럭 판매율의 감소입니다. 2025년 8월 미국 내 트럭 판매는 전년보다 14.6% 하락하였습니다. 산업용 수요가 줄고, 건설과 제조업이 동시에 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25% 수입 트럭 관세 정책도 비용 부담을 높여, 전체 물류망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단서 4: 이직률 감소 – 노동시장의 경직
네 번째 신호는 이직률 감소입니다. 자발적 퇴사율이 2020년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응답자의 63%가 “지금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답하였습니다. 이는 고용 안정이 아닌 경기 불확실성의 결과로, 불황기에는 노동 이동이 줄어드는 것이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단서 5: 중고 의류 판매 급증 – 가치 중심 소비의 확산
다섯 번째 단서는 중고 의류 소비의 급증입니다. 2025년 2분기 중고 의류 구매자는 2019년보다 39.5% 증가하였으며, ‘스레드업(ThredUp)’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의 이용률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로 변화한 결과입니다. 환경과 합리성을 모두 고려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나면서, 중고 시장은 불황의 피해자가 아닌 ‘지속 가능한 소비의 대안’으로 부상하였습니다.
단서 6: 건축허가 감소와 주택담보대출 증가 – 주거 불안 심화
여섯 번째 단서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와 건축허가 감소입니다. 2025년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건축허가 건수는 11%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신규 주택을 짓기보다는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임대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금리 상승과 경기 불안이 주거 안정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불황의 단서는 생활 속에 있습니다
2025년의 불황 신호는 과거처럼 ‘감정 소비’보다는 생활 구조와 산업 순환의 변화에서 나타납니다. 립스틱 효과가 개인의 심리를 상징했다면, 골판지 상자·트럭 판매·중고시장 등은 사회 시스템의 체온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제 불황을 이해하려면 립스틱보다 ‘생활의 흐름’을 읽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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