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한 그릇에 14만 9천 원? 왜 이렇게 올랐나?
한때 여름철 대표 서민 간식이었던 빙수가 이제는 ‘금(金) 빙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고가 디저트로 변모했습니다. 최근 특급 호텔에서는 한 그릇에 10만 원을 훌쩍 넘는 빙수가 등장했고, 일부 프리미엄 메뉴는 14만 9천 원까지 책정되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빙수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원재료비 상승, 인건비 및 운영비 증가, 그리고 소비자의 수요 변화가 꼽힙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품목도 많아 단순히 비용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급 호텔 빙수, ‘스몰 럭셔리’의 상징
특급 호텔들은 프리미엄 빙수를 앞세워 ‘스몰 럭셔리’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그니엘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13만 원, 포시즌스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는 12만6천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신라호텔 역시 10만 2천 원에 애플망고 빙수를 선보이며 매년 가격을 인상해 왔습니다. 호텔 빙수의 가격이 오르면서 중저가 프랜차이즈와 카페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 빙수의 전반적인 가격 상한선이 높아졌습니다.
이처럼 호텔 빙수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나를 위한 작은 사치’ 혹은 ‘과시적 소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플루언서와 SNS를 통한 인증 문화가 확산되며, 비싼 빙수도 기꺼이 소비하는 트렌드가 형성됐습니다.
프랜차이즈·카페 빙수도 줄줄이 인상
고가 호텔 빙수의 영향은 프랜차이즈와 일반 카페에도 미쳤습니다. 설빙, 폴바셋, 엔제리너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등 주요 브랜드들은 매년 빙수 가격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설빙의 ‘샤인머스캣메론설빙’은 1만 5900원, 폴바셋의 ‘머스크멜론 빙수’는 1만 1800원, 엔제리너스의 ‘복숭아빙수’는 1만 4000원에 판매 중입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빙수 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기며, 직장인 평균 점심값(7761원) 보다 비싼 ‘밥보다 비싼 빙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원재료값 상승? 실제론 복합적 요인
빙수 가격 인상의 대표적 명분은 원재료 가격 상승때문 입니다. 실제로 우유와 팥 등 일부 주요 원재료의 가격은 상승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유 가격은 2022년 1L당 996원에서 2023년 1084원으로 8.8% 올랐고, 국산 팥 도매가격도 전년 대비 18.8%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빙수에 자주 쓰이는 망고와 멜론 등 과일류는 오히려 가격이 하락한 경우도 많습니다. 2023년 망고(5kg)는 4만 9975원으로 전년 대비 20.8% 하락했고, 멜론(8kg) 역시 11.4% 내려갔습니다.
즉, 일부 원재료의 인상만으로 빙수 가격 급등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고가 빙수에 대한 소비자의 꾸준한 수요, 프리미엄화 전략, 인건비·임대료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있습니다.
소비자 심리와 ‘과시적 소비’의 힘
소비자들의 변화된 심리와 소비 패턴도 빙수 가격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전문가들은 “값비싼 호텔빙수가 인기를 끄는 건 한국 소비자들의 ‘과시적 소비’ 성향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도 한 번쯤’이라는 심리로 가격보다 감정에 의한 소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소비 패턴은 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가로 이어닙니다. 예를 들어, 설빙은 2년 연속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2023년 매출이 2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56.8% 늘었습니다. 소비자가 가격 인상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실제로는 꾸준히 구매하는 ‘불편한 역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빙수 시장의 양극화와 미래 전망
빙수 시장은 고가 호텔 빙수와 1만 원 이하 가성비 빙수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1인 빙수 등 저가 신제품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호텔 업계는 럭셔리 빙수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실제로 이디야커피의 ‘1인빙수’는 전체 빙수 판매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편, 빙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전통 팥빙수부터 애플망고, 멜론, 쑥 크림, 밤양갱 등 이색 식재료를 더한 신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 ‘스몰 럭셔리’와 ‘가성비’가 공존하는 빙수 시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며 성장할 전망입니다.
빙수 한 그릇에 14만9천 원이라는 가격은 단순히 원재료비 상승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프리미엄화 전략, ‘과시적 소비’ 트렌드, 소비자 심리 변화, 인건비 및 운영비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한, 빙수 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빙수 시장의 ‘스몰 럭셔리’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전자, 닌텐도 스위치2 칩 생산 수주 (2) | 2025.05.21 |
---|---|
K뷰티, 글로벌 시장에서 '하드캐리'하는 이유 (0) | 2025.05.21 |
예보기금, 달러도 함께 쌓는다: 2025년 예금보험기금 운용 대전환 (0) | 2025.05.20 |
슬림폰,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경제 트렌드 (1) | 2025.05.19 |
소맥 디플레이션 (0) | 2025.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