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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촌 이야기

EU의 8000억원 과학자 유치 패키지, 왜 주목받나?

by fineU 2025. 5. 11.

EU의 8000억원 과학자 유치 패키지, 왜 주목받나?

2025년 5월, 유럽연합(EU)은 파리 소르본대에서 ‘유럽을 선택하세요(Choose Europe)’라는 대규모 과학 콘퍼런스를 열고, 미국을 떠나려는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5억 유로(약 8000억 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패키지는 단순한 연구비 지원을 넘어, 유럽이 과학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연구 환경과 자유, 그리고 장기적 커리어 기회를 약속하는 ‘공개 구애’입니다.

배경: 미국 내 연구 환경의 불확실성

최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구예산 삭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연구 지원 중단 등으로 인해 과학계가 불안정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연구자, 특히 보건, 기후, 생물다양성, 인공지능, 우주 등 주요 분야의 인재들이 새로운 연구 환경을 찾고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과학자와 연구자들의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며, “자유를 원한다면 유럽으로 와서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라”고 강조했습니다.

EU의 구체적 유치 전략

1. 5억 유로(약 8000억원) 지원 패키지

  • 2025~2027년 3년간 총 5억 유로를 유럽연구위원회(ERC)에 투입.
  • ERC는 이미 2021~2027년 기간 160억 유로 이상의 연구 예산을 확보한 상태로, 추가 지원을 통해 연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

2. ‘슈퍼 그랜트’ 신설

  • 7년간 장기 지원하는 ‘슈퍼 그랜트’(Super Grant) 신설로,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혁신적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
  • 기존 보조금 규모도 2027년까지 확대, 차세대 과학자 육성을 위한 경력 초기 연구원 지원도 강화.

3. 연구 환경 및 행정 지원

  • 입국·체류 절차 간소화, ‘유럽 연구지역 법’ 제정 등으로 연구자들의 유럽행을 더욱 쉽고 매력적으로 만듦.
  • 연구 자유 보장, 행정 부담 완화, 스타트업 육성 전략 등 혁신 생태계 조성에 집중.

4.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 2030년까지 EU 회원국 전체 R&D 투자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끌어올릴 계획.
  • 장기적으로 유럽이 세계 연구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적 목표.

EU가 노리는 주요 타깃 분야

  • 보건: 팬데믹 이후 보건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 혁신적 치료법·백신 개발 등 첨단 연구자 유치.
  •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유럽 그린딜 등 친환경 정책과 연계, 기후변화 대응 연구자 적극 영입.
  • 인공지능(AI): 글로벌 AI 경쟁에서 미국·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한 인재 확보.
  • 우주: 유럽우주국(ESA)과 연계, 우주 탐사 및 위성 기술 연구자 유치.

미국 탈출 과학자, 왜 유럽을 선택할까?

미국 현 상황 유럽이 제시하는 대안
연구예산 삭감, 정치적 압박 대규모 연구비, 장기적 지원
DEI 등 학문적 자유 위축 연구의 자유 보장, 다양성 존중
비자·이민 규제 강화  입국·체류 절차 간소화
단기적 연구 프로젝트 위주  7년 ‘슈퍼 그랜트’ 등 장기 연구 지원

 마크롱 대통령은 “정부가 특정 분야 연구를 금지하는 일은 과학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자유를 사랑한다면 유럽으로 오라”라고 강조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과학에는 여권도, 성별도, 인종도, 정당도 없다”며, 유럽이 절대 연구의 자유 원칙을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습니다.

EU의 ‘공개 구애’가 가져올 변화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 격화

EU의 이번 정책은 단순한 인재 유치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과학계의 중심축이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불확실성, 아시아의 급부상, 그리고 유럽의 대규모 투자까지 맞물리며, ‘과학자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럽 내 혁신 생태계 강화

  • 스타트업, 벤처, 대형 연구기관 등과의 연계를 통해 유럽 내 혁신 생태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
  • 차세대 과학자 육성과 연구자 커뮤니티의 다양성 증진.

학문적 자유와 연구의 질적 도약

  • 연구의 자유 보장, 장기적 연구 지원은 근본적 혁신을 이끌어낼 토대.
  • 유럽이 ‘과학적 망명지’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는 평가.

한국 등 제3국 연구자에게도 기회

EU의 이번 지원책은 미국 연구자뿐 아니라, 글로벌 연구자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도 ‘한-EU 협력진흥사업’ 등 다양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연구진의 유럽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Horizon Europe 등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 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국내 연구자도 ERC, MSCA 등 주요 유럽 연구 펀드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과학의 자유’와 ‘투자’가 만드는 미래

EU의 8000억원짜리 공개 구애는 단순한 인재 유치 정책이 아닙니다. 연구의 자유, 대규모 투자, 혁신 생태계 조성 등 과학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려는 전략적 선언입니다. 미국, 아시아, 유럽을 넘나드는 글로벌 연구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지금, ‘어디서 연구할 것인가’는 곧 ‘누가 미래를 주도할 것인가’와 직결됩니다.

유럽이 던진 이 거대한 러브콜에, 세계의 과학자들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